GRANDMA K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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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이라는 인사말
전민주 작가의 ‘GRANDMA KNIT’는 평택 안정리 미군기지촌 여성 전00 할머니의 뜨개질에 대한 시각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00 할머니는 평생에 걸쳐 뜨개질을 해왔다. 그녀에게 뜨개질은 단순히 뜨개질을 통한 물건의 생산이라는 작업의 영역(faber)을 넘어선다. 작업물을 선물함을 통해 타인과 교류하는 아렌트적 행위의 영역(praxis)에 더 근접해있다. 뜨개질하는 그녀의 손은 그 자체 로 많은 상상을 불러온다. 늙고 메마른 주름진 손. 그 어떤 보상도 너무 늦은 국가적 폭력의 역사 속에서 살아온, 조그만 단칸방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이의 손. 그럼에도 능숙 하게 코를 꿰어가는 그녀의 손동작은 마치 호흡처럼 자연스럽다. 습관적으로 읊조리는 기도문을 엿듣듯, 그녀가 행하는 뜨개질이라는 행위, 그 손의 움직임에는 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있는 것 같다.
아마 이 지점이 전민주 작가가 GRANDMA KNIT이라는 예술적 기획을 마련하게 된 매혹의 지점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뜨개질이라는 것이 전00 할머니에게 단순한 작업의 영역에 속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점은 동시에 일종의 장벽이기도 하다. 작가는 원래 작품 전시 및 온라인을 통한 판매까 지를 의도했으나 전00 할머니의 강한 반대에 의해 불가능해진 것이다. 전00 할머니에게 뜨개질은 그녀와 오랜 시간을 보낸 작가에 따르면 “당신의 대화 방법”이고, 그렇기 때문에 돈과 관련되는 것은 지극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GRANDMA KNIT은 전00 할머니의 뜨개질을, 그 뜨개질을 하는 손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작품은 그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었는가. 작가는 본 작품 의 과정과 결과를 아카이브한 웹페이지를 통해 “이 활동은 타인들에 의해 쓰여졌다가 타인들에 의해 지워져버린 할머니들의 이름을 스스로의 손으로 새로 기입하기를 바라는 시도”라고 기술하 고 있다. 설혹 일반적인 작품제작-전시의 과정과는 많이 다를지언정, 이 과정을 통해 전00 할머니 에게는 하나의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심심하고 외로울 때 같이 뜨개질하자고 전화할 수 있는 전 민주라는 한 명의 젊은 친구가 생긴 것이다. 한 코 한 코 손놀림을 가르쳐주고, 자신이 직접 짠 가방과 양말을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는 그런, 손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 이다. 나는 그녀의 손이 좀 더 많은 친구들의 손과 맞닿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송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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